Old Testament/Numbers

민수기4장_승리의 필수요건은 '정결'이지

Abigail_아비가일 2021. 8. 27. 16:55

#.1 게르손 자손

 

‘아이스 커피 한 잔 하고 싶다..’

정수리에서 땀 방울이 하나 흘러 눈두덩이를 타고 뚝 떨어졌다.

 

이번 달 들어 벌써 3번째이다.

여호와께서 진영을 3번 옮기신 것이다.

 

우리 진영에서 갓 30세부터 우리 아버지와 친구들까지 모두 소집되었다.

 

성막이 휘장들

회막의 덮개들

해달의 가죽 덮개들

회막 휘장 문

뜰의 휘장

성막

제단 사방에 있는 뜰의 휘장 문

그 줄들

그것에 사용하는 모든 기구

 

23절. 삼십 세 이상으로 오십 세 까지 회막에서 복무하고 봉사할 모든 자를 계수하라

24절. 게르손 종족의 할 일과 멜 것은 이러하니......


처음엔 얼마나 시행착오가 많았는지 모른다.

성막의 휘장을 걷어내어서 몇 사람이 함께 잡고, 함께 접어야 하는 것이 여간 부산하지 않았던가.

뜰의 휘장은 어떤가.

결코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몫은 아니니.. 끄집어 내고 다시 접어놓고 다시 펼치고 하는데..

윽윽. 얼마나 팔다리가 쑤시는지.

 

이것이 정말 하나님의 일이란 말인가.

손에 물집이 배고, 굳은 살이 베기는 다반사 였다.


그렇게 눈에 불을 키고 씩씩 거리기가 몇 번 지난 것 같다.

다들 거룩하신 하나님의 성소 앞에서의 작업이라.. 말은 못하고 오직 감독 ‘이다말’의 지시를 철저하게 기다렸다만.

 

어떤 불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나는, 커피 한 모금.

저 구석에서 커피 한 모금만..

 

그럼 힘이 날 것 같은데.


아론과 아들들의 명령들이 때로는 거칠게 들렸다.

“저기! 거기! 그거 들어! 왼쪽으로 돌려! 이쪽으로 옮겨!”

“아니아니. 지금 그 황소에다 이 짐을 씌워! 아니 그 황소 말고 이 황소!”

 

우씌

 

이 새파란 나이에 나는 뭘하고 있담.

그러나 감히 말할 수 없었다.

여호와 하나님의 것인데..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없지.

27절. 게르손 자손은 그들의 모든 일 곧 멜 것과 처리할 것을 아론과 그의 아들들의 명령대로 할 것이니 너흐는 그들이 멜 짐을 그들에게 맡길 것이니라

28절. 게르손 자손의 종족들이 회막에서 할 일은 이러하며 그들의 직무는 제사장 아론의 아들 이다말이 감독할지니라


 

그렇게 하루 온종일을 섬기고 나면, 팔다리가 욱신거린다. 하루종일 잠을 청하고.. 수육과 멀끔한 김치 한조각이면 꿀꺽. 목에 침이 넘어간다.

일단 생각만 해놓자.

이 먼지구덩이를 비비고 다녔건만 상추에 삼겹살 한 점. 사이다를 죽 들이키면서 캬.

 

할렐루야가 절로 나오는 구먼.

 

#2. 므라리 자손

어깨에 굳은 살이 베겼다.

우리가 메어야 할 모든 짐들은 이러하다.

 

이것은 게르손 자손들의 것들보다 더 많~~ 다

 

장막의 널판

기둥들

받침들

뜰 둘레의 기둥들

받침들

말뚝들

줄들

그 모든 기구들

그것에 쓰는 모든 것

 

말뚝이 얼마나 큰지 아는가?

받침들은 또 어떻고

줄들은 얼마나 그고 두꺼운지!!!

기구는 하나 두 개인가?

 

우리는 어짜피 게르손 자손과 같이 일을 해야했다.

휘장과 덮개를 걷어가려면 말뚝을 뽑아주어야 하니까.. 그려려면 줄들도 처리해 주어야 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모두 같은 ‘이다말’의 수하에 있었다.

33절. 이는 제사장 아론의 아들 이다말의 수하에 있을 므라리 자손의 종족들이 그 모든 직무대로 회막에서 행할 일이니라

 

저자식들.

맘에 안들어.

게르손 자손들.

지네들은 큰 것을 옮기는 것도 아니면서도 쩔쩔맨단 말이야.

우리가 일을 할 때까지 저렇게 두 손 놓고 희희덕 거리면서 기다리고만 있단 말이지?

 

아오 정말 성소만 아니면 어디가서 쥐어박아 좀 잡아놔야 할텐데.

저런것들이 레위인 아버지 허리에서 같이 나온 형제들이란 말이지?

 

차라리 단 족속이 어떤가?

거기는 허리가 길쭉한 여인들이 많던데 ..

남자들도 팔뚝이 두껍더만. 그들하고 같이 일하면 훨씬 수월할텐데.

저 봐라. 저 허공바라보는 맥아리 없는 눈빛.

분명 삼겹살 생각을 하고 있을거야.

아, 아이스 커피 한 잔 하고 싶다.

 


난 오늘 정말 착하게 묵상을 하고 싶었다.

게르손은 그렇다치고 므라리에 와서는 정말 착한 인물을 등장 시키고 싶었단 말이다.

그런데 ...

허 거참.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이 그렇다.

어디이든 사막이든 호수이든 비옥한 곳이든 상관이 없다. 엮어만 놓으면 삐걱거린다.

그것이 사람 사는 동네이다.

 

게르손 자손은 게르손 자손대로 힘들고

므라리 자손은 므라리 자손대로 힘들다.

 

둘을 묶어놓았으니.. 얼마나 서로의 자손들이 배기 싫고 얼마나 꼴보기 싫었을까?

과연 고분고분 아무 문제 없이 이들이 잘 순종했을까?

아마.. 속으로는 온갖 짜증이 다 나는데.. 여기는 광야이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을 안할 수는 없고.. 이 길밖에 없으니 순종은 하겠는데.. 덥기는 덥고.. 무겁기는 무겁고.. 할 일은 많고..

진영을 또 옮기라고 하니.. 힘들기만 하고..

 

이제 막 광야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이라는 뚜껑을 열어본다면..

아마 그 악으로 인해서 기겁을 했을지도 모른다.


사람 묶어 놓은 곳은 다 그렇다.

아니 사람이 있는 곳은 다 그렇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롬3:10)

‘다 치우쳐 함께 무익하게 되고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 (롬3:12)


그렇다면.. 하나님은 왜 광야에다가 이들을 갔다 놓으셨겠는가?

내가 생각하건데..

이들은 이제 다른 재미가 없다. 커피를 마실 수가 있나. 삼겹살을 냄새라도 맡이볼 수가 있나.

그냥 광야에서 나오는 만나와 열매 조금 먹으면서..

 

이 모든 악과 거짓된 희뿌연 자신의 마음들이 ‘정화’되도록..

이 희뿌연 것들이 정결케 되는 시간을 저절로 갖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어느 때에는, 사방이 꽉막히고.. 피할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하실 때가 있다.

내 마음에는 희뿌연 것들이 올라오는데.. 그것을 피할 수도 없고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 때에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유일하게 ‘만나’ 뿐이다.

 

만나..

만나..

그 천연 식품을 먹으면서, 내 영혼의 희뿌연 것들이 가라앉는다.

 

도망 갈 데 없는 ‘광야’에서..

그 멀고 먼 산맥을 바라보며.. 희뿌연 것들을 정화시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시간이 아니였을까.

이들 게르손 므라리 자손 말이다. 어쩔 수 없이 부딪힐 수 밖에 없고. 또 그것을 표현할 수 없는 . 이 답답한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만 같은 이 상황이 바로..그들 안에 있는 ‘노예근성’ ‘애굽을 사랑하는 마음’ ‘익숙한 누더기들’을 벗겨내는 시간 말이다.

 

고통스럽겠지만 말이지.

 

이 과정을 통과한 자들만이 전쟁을 치룰 수 있다.

그리고 그 전쟁에는 반드시 승리가 보장되어 있다.

 


 

내 인생 내가 계획해서 잘 되어봐야 뭐 열매가 있었는가?

내 인생에 가장 열매가 있었던 때는, 바로 ‘광야’의 시간이었다.

오직 주님만 바라볼 수 밖에 없어서, 나의 희뿌연 먼지들이 정화되었던 때..

그 때야만이 내 삶에 가장 큰 열매와 승리가 있었더랬다.

 

바로 그 시간을 통과해야

승리가 보장된 전쟁에 잘 훈련된 말로 달려들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