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분명히 왕은 나를 좋아했었다. 블레셋인의 포피를 100개가 아닌 200개나 베어다 드렸고, (물론 블레셋인들이 우리의 가장 큰 원수이기 때문에) 당신의 아름다운 딸 미갈을 내게 주었다.
나 같은 천한 촌놈이 왕의 사위가 되는 믿을수 없는 큰 선물을 내게 주셨는데,
어찌하여.
어찌하여.
이 감격이 가시기도 전에.
나를 죽이려 하시나이까.
1절. 사울이 그의 아들 요나단과 그의 모든 신하에게 다윗을 죽이라 말하였더니...
2절. 그가 다윗에게 말하여 이르되 내 아버지 사울이 너를 죽이기로 꾀하시느니라....
“자네, 아무래도 우리 아버지가 자네를 죽이려 마음 먹으신 것 같네. 내 마음도 자네와 같다네. 어찌하면 좋을까.. 일단은 몸을 피하게나. 아침에 은밀한 곳에 숨어있게나... 내가 아버지와 말하다가 자네에게 알려주겠네. 부디 몸 조심하게.”
나를 죽이라 명하셨다는 명을 생명의 친구 요나단에게 직접 들었을 때에, 그 충격이 머리를 가시지 않는다.
도저히 무엇부터 생각해야 할지 몰라. 일단은 그의 말대로 행하기로 했다.
나를 죽이시겠다니...
#2.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어떤 명을 어겼단 말인가. 내가 왕의 자리를 넘보려 한 적이나 있단 말인가.
나는 분명 천한 촌놈으로서 왕의 사위가 될 수 없겠다고 한사코 사양한 자 아닌가.
왕이 말씀하시길 ‘블레셋 포피 100개를 가져오라’했을 때에, 나는 포피 200개를 베어다가 드린 충성된 자 아닌가.
내가 원해서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니지 않는가.
한 번더 블레셋 인들을 쳐죽여보자.
나의 충성을 보이자.
저들은 우리 이스라엘의 원수이다!
8절. 전쟁이 다시 있으므로 다윗이 나가서 블레셋 사람들과 싸워 그들을 크게 쳐죽이매 그들이 그 앞에서 도망하니라.
그런데 왠일인지 사울의 표정이 매우 좋지 않아 보였다.
그는 미친 망아지처럼 얼굴이 울그락 풀그락 하더니, 결국 단창을 들어 나의 이마를 향하여 던졌다.
그 단창은 벽에 꽃혀버렸다.
단숨에 알 수 있었다.
나를 벽에 박으려 하셨구나..
10절. 사울이 단창으로 다윗을 벽에 박으려 하였으나.....
#3.
결국은 너무 두려워 피할 수 밖에 없었다.
아내 미갈이 나를 창에서 달아내려 도망하게 하였고, 나는 왕의 사위라 할 수 없는.. 말하자면 도망자 신세가 되어버렸다.
이런 일이.
내게 어떻게 이런 일들이..
생각을 정리할 새가 없이, 창문으로 내려와.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무엘’에게로 향했다.
내 몸이 그리로 나를 이끌고 있었다.
사무엘님은 나를 기다렸다는 듯 맞이하여 주었고,
잠시 그 곳 라마의 나욧은 내게 가장 편한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왕궁의 그 어느 곳보다.. 더 편안한 곳..
먹고 마시고 도움을 얻으며,
그러나 한편으로.. 언제 사울에게서 던져진 단창을 피해야 할지 알지 못한채
안절부절하고 있을 그 때에
사울의 전령들이 쳐들어왔다.
20절. 사울이 다윗을 잡으러 전령들을 보냈더니....
두 번... 세 번...
21절. ... 사울이 다른 전령들을 보냈더니..... 사울이 세 번째 다시 전령들을 보냈더니...
그들은 ‘모두’ 예언을 했다.
벼랑 끝에서의 은혜라고나 할까.
하나님의 영이 그 모든이들에게 임하여 그들이 갑자기 예언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이번에는 직접 사울이 나타났다.
23절.사울이 라마 나욧으로 가니라...
사울왕이 직접..
나를 죽이려..
이 라마 의 나욧까지..
왜..
왜..
도대체 왜....
결국 다윗은 모든 위험에서부터 건짐을 받았지만.. 그리하여 마침내 살아났지만..
내 눈은 다윗의 떨리는 마음에 고정되어 있다.
그에게 스쳐지나가는 수 많은 생각들과 쭈뼛쭈뼛 올라오는 한기들.
수 많은 죽음의 순간 속에서 치밀어오르는 배신감.
이해할 수 없는 순간에 과연 나의 물음표가 어디에 붙어야 할지 모르겠는 복잡한 마음을.
다윗.
다윗의 마음의 혼란함을 잠시 생각해본다.
질문이라는 것을 할 수 없을만큼 급박하게 지나가는 시간속에서.
다윗은 수도 없이 마음 속으로
‘주님! 주님! 주님!’을 외쳤을 터.
그에게 있었던 이 모든 상황들이 얼마나 그를 당혹케 하였을까..
그저 받아내야만 하는 상황 앞에서
마음을 정돈하기도 전에, 하나님은 선하신 분이라는 것을 분명한 정의로 결론 내릴 수 있었을까..
훗날을 살아가는 우리는 다윗의 노년의 고백이 시편 23편에 녹아있었던 것을 보고
그의 모든 생애가 오직 신앙 하나로 승화되었음을 감히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당시의 그는..
그 때의 그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하나님의 개입하심이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삶의 소용돌이 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선한 분이기에, 선하다는 말을 인간의 정의로 결론내릴 수 없다는 생각.
우주를 경영하시는 그분의 지혜 안에서는.. 다윗에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야말로 ‘하나님의 개입하심’이라는 것을..
때로는 휘몰아치는 폭풍과 같이. 정돈되지 않은 무질서와 같이.
하나님의 개입하심은 한 인생가운데 그렇게 선한 손길로 찾아오신다.
(물론 이해하기까지는 수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나에게도 있었던 이런 시간을 기억해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서, 내 생각 조차를 정돈 할 수 없었던 그 때..
감히 하나님의 손길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속에서..
정돈되지 않은 무질서에 나는 무기력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로만 표현 할 수 있는 그 상황의 긴박함 속에서..
선하심을 발견할 수 없었던 그 상황마저도.
이제는 고백한다.
그것마저도 선한 손길이었던 것을.
아하, '그것마저도'가 아닌 '모든 것이' 선한 손길이었다는 것을..
그것이 성숙해가는 길이 아닐까.
하나님의 경륜을 아주 조금씩 알아가는 것 말이다.
오늘도 구한다.
내가 보기에 무질서한 어떠한 것들도,
너무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소용돌이 마저도..
하나님의 선한 손길임을 고백할 수 있는 믿음을 주시기를..
그 믿음으로 살아가기를..
내 시선을 그분께 집중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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