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Testament/Genesis

창세기32장_참 승리의 자리.

Abigail_아비가일 2021. 8. 18. 13:54

물살이 빠르고 거세다.
골짜기 서쪽으로 줄기차게 흘러가고 있다.

이곳은 얍복 강가.

그리고 나 야곱은 홀로 남았다.

아내들.
자식들
몸종들
가축 재산들 모두 앞서 보낸 밤.

무심하게도 하늘의 별들은 쏟아지듯 빛나고.
나무도, 바위도 모두 제자리에 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세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23절. 그들을 인도하여 시내를 건너가게 하고 야곱은 홀로 남았더니.....



내가 좀 이상한 것 같다.
멍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 (가족들을 먼저 보내서인지)
답답하기도 하고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하고
안절부절 제자리를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물을 마시러 갔다가. 아니지 아니지.
울어야 하는 상황인가. 울면 좀 콱 막힌 것이 내려갈라나.
배가 고프기도하다.
그런데 아무것도 먹히지 않는다.
1초가 1시간인 것 같아.
무엇부터 생각해야할지 모르겠어..

그때였다.
어떤 사람이 나타났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붙들었다.
거의 본능적으로.
내 안에 모든 것을 그 사람에게 쏟아내듯 ...



그 사람과 씨름을 벌이다.

만만치 않은 상대.
이길 것 같지만 이겨지지 않는 것 같아.
내 온 몸을 쥐어짜내듯. 그간 콱 막혔던 모든 것을 쏟아내듯이..!!!!!
그렇게 쏟아부었다.
사력을 다해..

내 인생이 스쳐지나간다...
만나는 모든 자들과 싸워야 했던 나의 인생...
속이고 빼앗는 것이 나의 운명이었던 인생....

그 사람의 멱살을 잡고, 허리를 부여잡고, 뒤엉켜 그렇게 사투를 벌인 밤.

얼마나 지났을까.
날이 밝아온다.
얼마나 오랜시간 이었나.

25. ....... 홀로남았더니 어떤 사람이 날이 새도록 야곱과 씨름하다가




툭!
허벅지 관절 쪽이 고통스럽다.

“나로 가게하라! 날이 새었다!”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않으면 나는 가게하지 않겠습니다!!!”


25절. 자기가 야곱을 이기지 못함을 보고 그가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치매 야곱의 허벅지 관절이 그 사람과 씨름할 때에 어긋났더라
26절. 그가 이르되 날이 새려하니 나로 가게 하라 야곱이 이르되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 하지 아니하겠나이다.



날이 샐 즈음에 대략 알게 되었다.
내가 씨름하고 있는 ‘어떤 사람’이 ‘하나님’이셨다는 사실이었다.

하나님께서 내게 축복을 해주셨다.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라! 이는 네가 하나님과  및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음이니라!” (28절)



브니엘.
이곳 이름을 브니엘이라고 하자.

30절. 그러므로 야곱이 그 곳 이름을 브니엘이라 하였으니 그가 이르기를 내가 하나님과 대면하여 보았으나 내 생명이 보전되었다 함이더라



허벅지 관절 쪽의 고통이 계속된다.
다리는 절게 되었다.
그러나 이상하다.

내 입가에 미소가 번져간다.



날이 새도록 씨름을 하다..
그 날 밤 야곱이 얼마나 씨름을 했던지. 시간 가는 줄을 모르도록 날이 새도록 그렇게 하나님과 씨름을 한다.
허벅지 관절이 나가도록 야곱이 그 날 밤, 사투를 다하는 씨름을 했는지.. 가히 상상이 된다.
모든 힘을 다하여... 모든 힘을 다하여.... 사투를 다하여 겨루는 치열한 싸움.

그리고 그 싸움에 허벅지가 나가고 절뚝 거리게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절둑거리는 야곱이 진 것 같은데
하나님이 보기에 ‘네가 하나님과 및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다’ 하시는 이 역설을 보면서..

참 이기는 정체성인 교회를 보게 된다.

하나님과 겨루어 결국 이기는 자리.
교회가 이기는 유일한 자리.
기도의 자리 말이다.



속이고 죽이고 빼앗을 수 밖에 없는 야곱같은 존재가.
자신의 가장 두려운 그 자리에 직면하여 존재의 사투를 벌이고 나아갈 때,

결국 하나님이 그를 축복해주시고
야곱(속이는 자)이란 이름을 민족의 이름 이스라엘로 바꾸어주시는 자리.

승리의 자리.

어쩌면 야곱은 자기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야곱으로 살 것이냐
이스라엘로 살 것이냐.

땅의 정체성으로 살 것이냐
하늘의 정체성으로 살 것이냐

나를 바라보며 , 나나나 하고 살 것이냐
하늘을 바라보고 주주주 하고 살 것이냐.

단어가 바뀌는 것 같지만,
한 인생과 역사 전체가 바뀌는 존재를 걸고 사투를 벌이는
주권에 대한 싸움이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사투를 벌이는 기도의 자리에서 .
하나님이 친히 야곱을 이겨주시고...
하나님이 “너 이겼어!” 라고 등 두드려 축복해주시는....
야곱이 이스라엘 되어지는
기도의 자리가.

오늘을 이곳을 사는 내게 더욱 사모가 된다.



밤새 사투를 벌였던 야곱을 보며..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땀흘려 기도하셨던 예수님 생각이 났다.
죽음 앞에서 존재를 걸고 기도하셨던 예수님의 기도....
피와 땀을 쏟기까지 사력을 다해 몸부림 치셨던 그 기도 말이다.

그 기도의 내용엔 무엇이 들어가 있었나?
바로 하나님의 나라.
영혼에 대한 기도였다.

한 사람의 기도를 보면 그 사람의 존재의 중심을 볼 수 있는데...
여하튼 예수님의 기도는 그러한 기도였다.
영혼을 위한 기도...

영혼이 주께 돌아오는 기도였다.



묵상을 하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진짜 내가 하늘에 가서 진짜를 알게 되어지면
살아있는 그 때에 영혼을 위한 간구를 하지 못한 것으로 인해 얼마나 후회할까.

사실 모든 세상의 진짜는
그리스도이고
영혼이 구원을 받는 것 인데..
하나님 나라만이 실제인데 말이다.



내게 맡겨주신 사람들
나와 이웃 가족 친척 속한 공동체 모두에게..
영혼에 대한 책임과 부담이 있다.
영적 부담이다.

그들이 살면 나도 살고
그들이 죽으면 나도 죽는다.

구원받아야해
살아야해
하나님 나라 상속으로 얻어야해
이게 진짜야.

그 싸움을 기도로 싸우는 자.

아무도 내게 임명해주거나 맡겨주지 않아도..
하나님이 내게 맡겨주신 사람들과 영혼들에 대해서. 전부를 쏟는 기도를 하는 자.

오 주님, 제게 은혜를 베푸소서 기도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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