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Testament/Genesis

창세기48장_툭 치면 나오는 그 이야기

Abigail_아비가일 2021. 8. 19. 14:39

툭.

탁자 위에서 컵을 집으려다 놓쳐버렸다.
잠시 어지러움을 느꼈다.

어느 때부터 였는지. 손이 떨리고 눈 앞이 침침하다.
요즘들어 이런 일이 잦아졌다.
분명 눈 앞에 있는 물건인데도 내 손으로 집어들기가 어려워졌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자리에 눕게 되었다.
이제는 일어서는 것은 물론이고,
자리에 누워있는 것도 쉽지 않다.

‘허 거참. 젊은 날에 어떻게 하란까지 도망을 갔었담.’
야곱은 옅은 미소로 슬쩍 웃었다.

그리고 다시 누워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보았다.
신기하게도 그리 처량해보이지 않았다.
그의 가슴 안에 뭉글뭉글한 소망함과 평안이 꽉 차 있는 것 같았다.

‘오히려 젊어 펄펄 끓을 때보다, 지금이 나은걸. 내 마음으로 볼 때 말이야.’
‘아니지, 이 마음으로 라헬을 만났다면,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었을까?’

병들어 누워있다 보니, 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

이제 좀 자야겠다.



“요셉총리님, 아버님께서 병상에 누워계신다고 하십니다.” 

1절. 이 일 후에 어떤 사람이 요셉에게 말하기를 네 아버지가 병들었다 하므로 그가 곧 두 아들 므낫세와 에브라임과 함께 이르니


“야곱 님, 요셉 아드님이 오셨습니다”

“아버지, 저희 왔습니다. 두 아들 므낫세와 에브라임도 데려왔습니다”

“그래, 거 안거라..”

2절. 어떤 사람이 야곱에게 말하되 네 아들 요셉이 네게 왔다 하매 이스라엘이 힘을 내어 침상에 앉아



야곱은 지금의 상황이
다시 생각해 봐도 놀라운 광경임에 잠깐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려드렸다.
‘내 아들 요셉과 손자 둘이 내 앞에 있다.’

그리고, 마치 소중한 보따리를 꺼내듯, 한 글자씩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떤 보석과 같이 숨겨둔 것이 아니라, 야곱의 마음에 꽉 차있는 그것이었다.
어느 한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였다.


만약, 야곱을 툭 건드리기만 해도, 튀어나올만한 그러한 고백이었다.
자다가도 꿈에서라도 말할 수 있는 그러한 것.
이제는 야곱의 전부가 된 것이었다.

야곱은 그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었다.

“ 가나안 땅 루스, 벧엘이었단다 아들아. 전능하신 하나님이 내게 나타나셨어. 그리고 복을 주셨지.. (3절), ‘ 내가 너로 생육하고 번성하게 하여 네게서 많은 백성이 나게 할 것이다. 내가 이 땅을 네 후손에게 줄 것이다. 영원한 소유가 되게 하리라 ’ 이렇게 말씀하셨어” (4절)

굳어져가는 근육이었지만, 야곱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막을 자는 없어보였다.
당시 그 때를 회상하는 것만으로 . 충분히 행복해보였다.
간간히, 눈가가 적셔지는 것을 요셉은 못본 척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 전능하신 하나님 이야기.

그리고 요셉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의 어머니에 대해서..
“ 네 어머니 라헬은, 가나안에서 죽었단다. 내가 에브랏 길에 장사하였지.. ”(7절)

그리고 야곱은, 므낫세와 에브라임을 자신의 양자로 삼는다.
5절. 네게 이르기 전에 애굽에서 네가 낳은 두 아들 에브라임과 므낫세는 내 것이라 르우벤과 시므온처럼 내 것이 될 것이요
6절. 이들 후에 네 소생은 네 것이 될 것이며 그들의 유산은 그들의 형의 이름으로 함께 받으리라



나는 오늘 본문을 묵상하면서, 다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야곱 안에서 발견된 ‘꽉 찬 신앙’에 대함이었다.

어디를 건드려도 나오는 꽉 찬 신앙.

어쩌면 삶을 살아오면서 흔들렸을지는 몰라도 뿌리를 흔들 수 없었던,
‘벧엘에서 만난 하나님의 이야기’에 대해서이다.




그리스도인은 생명으로 거듭난 자를 말하는데.. 각자의 삶 안에 하나님 만난 그 시간이 있다.
어디에서나 처음 만난 공동체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에, 가장 어두웠을 때 만난 하나님 이야기를 할 때에는. 모두가 고요히 그 이야기를 잠잠히 듣게 된다. 그리고 하나됨을 느낀다. 그 하나님을 알기 때문이다. 나를 만나주셨던 그 하나님 이야기. 나를 건져주신 주님 이야기...
‘아 저렇게도 만나주셨구나.’ 했던 그 가슴 짠한 이야기.
아무리 등치 크고 무섭게 생긴 아저씨라고 해도, 그 이야기할 때 눈가가 촉촉이 적셔지는 것을 본다. 그 때 만난 하나님. 너무 선명하게 만난 그 하나님. 툭치면 나오는 그 하나님 이야기이다.

야곱은 오늘 본문에 ‘벧엘의 하나님’ 이야기를 한다.
그 때 만난 하나님께서 하신 언약의 말씀을 빠짐없이 이야기한다.
아마 세월이 어마어마하게 흘렀을텐데 토시하나 빠뜨리지 않고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 하나님과 언약의 말씀이 그를 여기까지 이끌어왔음을 볼 수 있었다.
흔들리고 요동하고 차라리 멈췄으면 좋겠는 여러 순간들이 있었을지언정
결국 그 흔들림으로 인해 야곱은 더 뿌리가 깊어지고 견고해졌다.
그리고 정말 그 하나님을 전부로 확신하게 되었다.

이제 툭 치기만 하면 나올만큼 그에게 존재가 되어버린 그 말씀.
자신을 이끌어간 그 언약의 말씀이.

오늘 내게 다시 새롭게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