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걸었는지 몰라.
브엘세바에서 하란까지 향하는 길은 참으로 멀다.
'우리 이전에 아버지 할아부지 조상님들은 어떻게 이 길을 계속 걸었담.'
야곱의 입술에 불평과 투정들이 떠나지 않고 머물러있다.
발걸음은 심통이 잔뜩 뭍어있는 듯 하다.
브엘세바에서. 하란까지 장작 900 Km나 되는 걸음...
급히 빠져나오느라 옷가지나 제대로 챙겼겠나.
그냥 먹을 거 몇가지... 물 조금... 다떨어진 신발..지팡이
그런거 들고 무작정 떠난 길.
남부 주요도로를 따라가 보았다.
브엘세바를 출발하여 ‘유다산지’를 통해 하란으로 가는 길.
오른쪽에는 염해가 보이고, 가는 길목은 오르막이다. 헉헉.
우선, 이제 해가 졌으니 유숙해야겠다.
10절. 야곱이 브엘세바에서 떠나 하란으로 향하여 가더니
11절. 한 곳에 이르러는 해가 진지라 거기서 유숙하려고.........
아무거나 돌을 베게 삼고 자려고 한다.
음, 하늘을 이불삼아야지.
이런 삶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
풀잎새를 질겅질겅 씹었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누웠다. 그리고는.......
스르르......
11절. ....그 곳의 한 돌을 가져다가 베개로 삼고 거기 누워 자더니.
꿈이었는데,
사닥다리였다.
하늘에 닿은 사닥다리!!!!
우아. 하나님의 사자들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사닥다리였다!!!
그리고 들려온 목소리.....
13....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네가 누워있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14절.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이 되어 네가 서쪽과 동쪽과 북쪽과 남쪽으로 퍼져나갈지며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복을 받으리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약속들인데?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들어온 여호와 하나님과 그분의 약속에 대한 말슴이다... 그분이 우리에게 자손을 주시고, 땅을 주시고..기업을 주시고. 복 주신다고 약속하셨다던 그 이야기가 지금 나에게 개인적으로 들려오는 거....야?
그리고 결정적인 한 말씀.
15절. 내가 너와 함게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
하나님이란 분이,
이 약속이 이뤄지기까지 결코 나를 떠나지 않으신단다.
벌떡 일어났다.
아 이게 꿈이야 생시야.
내가 그동안 긴 여행하느라 너무 피곤했나?
볼을 좀 꼬집어보고. 한참 동안 멍하게 있어봤다.
이게 뭔 소리여. 나 지금 어디있는거여..
진짜 하나님인거야? 하나님이 여기계셨는데 내가 몰랐던거야?
아................................
무
서
워!!!!!!!!!!!
16절. 야곱이 잠이 깨어 이르되 여호와께서 과연 여기 계시거늘 내가 알지 못하였도다
17절. 이에 두려워하여 이르되 두렵도다 이곳여 이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집이여 하늘의 문이로다!
그리고 나도 뭔가 해야겟기에
주섬주섬 일어나 돌을 가져다 기둥을 세워 기름을 부엇다. 그러나 제단은 쌓지 않았다.
그리고, 하나님께 나도모를 서원을 했다.
20절 야곱이 서원하여 이르되 하나님이 나와 함게 계셔서 내가 가는 이 길에서 나를 지키시고 먹을 떡과 입을 옷을 주시어
21절 내가 평안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오면 여호와께서 나의 하나님이 되실것이요
22절. 내가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집이 될 것이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것에서 십분의 일을 내가 반드시 하나님께 드리겠나이다 하였더라.
뭐 이런 경우가 있나.. 하하.
묵상을 하면서 진짜 야곱도 너무하다 싶었다.
어찌되었든 하나님이 인생의 가장 어려운 시기에 나타나셔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했던 약속을 똑깥이 해주시지 않았나? 꿈까지 주시고, 엄청나게 하나님을 계시해주시지 않았나?
그런데 꿈에서 깨어 일어나 반응한 야곱의 반응은 진짜 재미있다.
1. 무서워! 두려워! 이곳이 하나님의 집이라니! 하는 반응
2. 돌 세우고 기름 붓긴 햇으나, 제단은 쌓지 않음. 이것은 아직까지 하나님을 자신의 하나님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3. 조건적인 약속거래? 나를 평안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고 이 길에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시면 하나님 내 하나님 맞습니다.
하긴, 야곱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지금 약속이고 뭐고 하란까지 가는 길목에..... 도적을 만나지 않고
발이 부르트지 않고 먹을것이 떨어지지 않고 무사히 도착하는 것.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 외에 안보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하나님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약속을 주시는데,
이렇게 반응하다니. 참 재미있기도 웃기기도 허 거참.
그리고 하나님도 재미있으시다.
이렇게 반응할 것을 아실텐데, 야곱의 관심이 먹을 것 입을 것일 것을 아실텐데..
‘내가 너 먹을 것 채워줄게, 내가 너 도적 안만나고 무사히 오게 해줄게’ 이런 말씀은 없으시고, 다짜고자 “내가 네게 자손을 주리라!!! 네 자손이 티끌 같으리라!!!! 네게 동서남북 모든 족속이 복을 받을 것이라!!!” 이런 뻥 수준의 약속을 하시면.....
야곱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냐 이거다..
어쩌면 간격이 너무커서 진짜
사닥다리가 필요했을지도?
하여간, 나는 오늘 묵상에서,
10년 전 내가 생각났다.
딱 이 모습이었던 나.
처음 하나님을 만났을 때.
어머 이게 뭐야. 어머어머. 왜이래. 왜 믿어지는거야? 했던 나.
안모태로 태어나서 예수 예짜도 모르고 세상에 푹 젖어 살아갔던 나.
어느날 갑자기 사닥타리 타고 내려오신 것처럼.
내 인생에 개입하셔서. ‘나 하나님이야. 내가 너 아버지야. 너 내꺼야’ 하셨던 그 날.
나는 진짜 뭐가 뭔지.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건지. 진짜 내 인생에 이게 무슨일인지 알지 못한채 이런 기도를 한 적이 있다.
“ 하나님 진짜 하나님 살아계신지 안살아계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제가 눈물이 나는 거보니 살아계신 것 같긴 하네요. 제가 다음주부터 교회 나가볼께요”
그리고
제일 먼저 든 정서는 ‘두려움’이었다.
교회 안나가면, 아...... 신한테 혼나겠구나.
엄마한테 한소리들어도 싫은데, 하나님한테 걸리면 .. 끝이겠구나.
기도한 것은 있고
살아계신 것 같긴하고
무서워서라도 교회가야겠다.
가 10년전 신앙생활의 출발이었다고나 할까. 하하.
야곱이나 나나. 똑같아.
오직 이 땅만 바라보던 인생...... 하나님도 조건부로 걸 수 밖에 없는 인생.
먼저 하나님을 생각하면 덜컥 ‘두려움’부터 떠오르던 죄된 인생....
매일 경쟁하며 쫓기고 살아서, 평안히 오늘 먹고 사는 것이 너무 중요했던 인생에게...
하나님 결국 고개를 들어, 약속의 유업을 얻게 하신다.
야곱이 이스라엘이 되기까지.
돌에 기름부은 그 자리에, 제단을 쌓게 되기까지.
끊임없이 만나주신다.
그리고 자신의 언약을 끊임없이 말씀해주신다.
그리고 결국 하나님 싸이즈로.... 아들의 형상으로 빚어가신다.
영원히.. 영원히...
영원한 삶을 살게하시는 은혜.
참 감사하다.
하나님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오셨구나.
순간순간을 믿음으로 살 때에는 참 치열해서 잘 몰랐는데,
지난 신앙의 여정을 뒤돌아보면 감히 ‘미라클’이라 말할 수 밖에 없다.
하나님 그런 분이시다.
말로 다할 수 없이 크신 분.
그리고
엄청나게 섬세하신 분
오늘 그 하나님을 높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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