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애굽으로 온 목적대로 양식을 짊어지고 가나안에 가는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벼울 것 같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문제가 해결될지 몰랐다.
새삼 요셉 총리의 따뜻한 배려에 감사가 물밀 듯이 밀려왔다.
인생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지
언제 어디서 이런 복된 길이 나올 수 있는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지.
자루에 양식이 채워지는 동안, 형들은 잔뜩 불러온 배를 두드리며 콧노내를 불렀다.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우리를 도우시는 분이 있다네~ ♬”
이제 아버지의 얼굴을 당당하게 볼 수 있겠다.
베냐민도 데려가고 시므온도 데려가고. 양식도 가져가니..
우리가 요셉 총리와 식사를 했다는 사실을 아시게 된다면... 까무라치게 놀라실거야 .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우리를 도우시는 분이 있다네~ ♬”
형들이 배를 두드리는 사이,
요셉은 운반할 수 있을 만큼 자루에 양식을 채워주었다.
그리고 그들 모르게, 한 청년의 자루에. 요셉의 은잔도 함께 넣었다.
1절. 요셉이 그의 집 청지기에게 명하여 이르되 양식을 각자의 자루에 운반할 수 있을만큼 채우고 각자의 돈을 그 자루에 넣고
2절. 또 내 잔 곧 은잔을 그 청년의 자루 아귀에 넣고 그 양식 값 돈도 함께 넣으라 하매 그가 요셉의 명령대로 하고..
형들은 이 행복이 오래일줄 알았다. 성급하게 가나안까지 일것이라며 마음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뒤쫓아오는 청지기의 외침이 들리기 전까지는.
“이보시오!!!! 이보시오!!! 거기서 멈추시오!!!! 너희가 어찌하여 선을 악으로 갚느냐!! 이것은 내 주인이 가지고 늘 점치는데 쓰이는 것이 아니냐!! 이렇게 악하더냐!!!”(5,6절)
“누구든지 발견된다면 그는 죽을 것이다. 내 주의 종들이 될 것이다. 발견되는 자가 종이 될 것이다!!” (10절)
그리고 그들은, 아우 베냐민에게서 은잔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12절. 그가 나이 많은 자에게서부터 시작하여 나이 적은 자에게까지 조사하매 그 잔이 베냐민의 자루에서 발견된지라
..
“으........아!!!!!!!!!!!!!!!!!!!!!!!!!!!!!”
13절. 그들이 옷을 찢고 각기 짐을 나귀에 싣고 성으로 돌아 가니라
다시 요셉의 집이다.
이제 반갑거나 따스한 집이 아니다.
그의 앞에 엎드렸다. 코끝이 땅에 닿았다.
그리고 요셉은 ‘잔이 발견된 자만’ 요셉의 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는 평안히 돌아갈 것이라고 하였다. (17절)
결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이것만큼은. 넘겨야 하는 그것이 걸리고야 말았다.
어떻게 하고많은 사람 중에 ‘베냐민’에게 은잔이 발견되어지느냐고
그리고 요셉총리께서는 나머지는 다 올라가도 ‘베냐민’은 노예로 잡겠다고 하시느냐고.
심장이 조여들어왔다.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고,
모두는 아무 손을 쓸 수 없이. 그 앞에 서 있기만 하다.
이 모든 상황을 마주하기가 버겁고 무거웠다.
심장이 쪼여온다.
이제 모든 상황을 그만 멈추고 싶다.
이렇게 끝내고 싶어.
어떻게 이 상황에 또 다시 베냐민을 요셉에게 맡겨두고, 우리만 양식을 들고 아버지께로 갈 수 있으랴...
그리고 유다는, 이 상황 속에서 아버지께 자신이 ‘담보가 될 것이라’는 목숨 건 고백을 실행하기 시작한다.
“주여 노하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에게 아버지가 있습니다. 노인이십니다. 그가 노년에 얻은 아들 청년이 있는데. 형은 죽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 아들을 사랑하십니다. 저희 아버지는 그 아이가 떠난다면 죽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다시 곡물을 사오라 하시기로 우리가 내려갈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막내 아우가 함께 가면 내려가겠지만 막내가 가지 않는다면 총리님의 얼굴을 볼 수 없다고 말씀드렷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이 아이마저도 내려가서 그 재해가 이 아이에게 미치면 스올로 내려가겠다고 하셨습니다. “
“ 총리님, 만약 우리가 이 아이와 함께 가지 않는다면. 아버지가 아이의 없음을 보고 죽을 것입니다.
제가 아버지에게 아이를 담보하기를 내가 이를 아버지께로 데리고 돌아오지 아니하면 영영히 아버지께 죄를 짓는 것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하오니, 이제 저로 하여금 종을 대신하여 머물러 있게 하여 종이 되게 하시고, 아이는 형제들과 함께 올려 보내주소서. 그 아이가 나와 함께 가지 아니하면 내가 아버지께로 올라갈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에게 재해가 미쳐질까 두렵습니다.” (19-34절)
참으로 담담하고 겸손한 고백이었다.
그의 차분한 대답엔 어떤 이익을 취하려는 욕망이 보이지 않았다.
받아들여야 할 운명을 받아들이듯 담담하였고
억울하거나 원통함이 없었다.
오히려 그의 고백은 장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숙연함을 느끼게 하였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요셉을 노예로 팔아버리자고 제안했던 유다의 모습과
베냐민을 대신하여서 담보가 되겠다는 유다의 모습이 두드러지게 대조되어 보인다.
유다는 그간의 시간 동안, 그렇게 성숙해져갔던 것일까?
아버지가 어찌되든 아버지가 받으실 충격과는 아무 상관없이 동생을 노예로 팔아버렸던 유다는 어디로 갔는가.
지금의 유다는, 기꺼이 자기희생적인 태도를 취한다.
베냐민과 아버지를 위하여 기꺼이 나를 내어놓는 희생적 태도는 그간의 아픔을 겪고 이겨내며 생겨난 열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도인의 목표는 어디에 있는가?
성공에 있지 않다, 성숙에 있다는 설교를 들은 적이 있다.
성공적인 그리스도인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열매맺어가라는 뜻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 성공이 열매가 아니지. 그것은 부수적인 열매이지. 더불어 쫓아오는 것이지.
진짜 열매는 내 안에 고통이 열매가 되어지는 성숙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끌어안는다는 것은 정말 아픈 고통이지만,
하나님은 결과를 요구하시기보다.
그 마음의 태도를 보시는 것 같으다.
순종하려는 마음의 동기.
그리고 하나님의 가치에 자신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의 동기 말이다.
하나님의 시선은
베냐민을 성공적으로 가나안 땅에 다시 데려가는 데에 있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얼마든지 공중부양을 하게 해서라도 베냐민을 야곱 앞으로 데려갈 수 있으신 분이시다.
하나님의 시선은 성공적인 미션 완수가 아니었다.
하나님의 시선은,
그가 유다 그가.하나밖에 없는 당신의 아들을 내어주시기까지 사랑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
그 가치에 자신을 드리는 순종에 있다.
즉, 마음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유다는 아버지의 마음이 찢어지던 말던 동생을 노예로 팔아버렸던 자 이다.
그런데 그랬던 그가 이제는 자기를 담보로 드리는 희생을 기꺼이 선택하게 되었다.
하나님은 이 '성숙'을 '열매'라고 말씀하신다.
꽉 찬 '알곡'이라고 하신다.
한 영혼이 주께로 돌아와, 주님의 형상으로 빚어져 가는 것.
그가 어느새 아비의 마음을 헤아려 그분과 마음을 같이 할 수 있게 되어지는 것.
하나님은 그것을 '참된 열매' '진짜 열매'라고 하시는 것이다.
이런분이 어디 있을까?
내 표현으로는. 이렇게 착한 분이 어디있을까?
이렇게 선한 분이 어디 있을까?
그분은 내 영혼을 그렇게 존귀하게 보신다.
한 영혼을 그렇게 순수하게 바라보신다.
그분은 한 영혼을 그렇게 순전하게 바라보시고, 그렇게 회복시키고야 마신다.
너 이거 잘 해내! 그래서 유명하고 멋진 그리스도인이 되어봐! 그래서 내 이름에 영광을 돌려!
하는 분이 아니시다.
'네 영혼이 잘되기를 바래.. 범사에 네 영혼이 잘되기를 바래..' 하시는 그분이야말로
참된 자기희생을 하신 이 세상에서 가장 좋으신 아빠 아버지이시다.
그분이 내 아버지이시다.
나는 정말 그분을 자랑할 것이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내 마음의 중심으로.
'Old Testament > Genesi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세기45장_100과 100의 만남은 기적을 일으킨다. (0) | 2021.08.18 |
---|---|
창세기45장_역전의 드라마가 시작되다. (0) | 2021.08.18 |
창세기43장_두려움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사랑 (0) | 2021.08.18 |
창세기43장_이 길 밖에 없어. (0) | 2021.08.18 |
창세기42장_이 것 만큼은! (0) | 2021.08.18 |